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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소식

독일 AUTOMATICA 2014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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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대표하는 로봇 전문 전시회인 AUTOMATICA가 6월 3일부터 4일 동안 개최되었다. 격년제로 열리는 본 전시회는 2004년 처음 개최된 이후, 전 세계 로봇산업의 기술과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주는 정보력으로 로봇 전문가들에게 인정받고 있으며 로봇 전문 전시회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본지는 이러한 AUTOMATICA의 올해 모습을 (주)NT리서치의 김경환 대표이사를 통해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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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AUTOMATICA 2014 전시회 모습


지난 6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독일 뮌헨에서 제6회 AUTOMATICA 2014가 열렸다. AUTOMATICA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로봇전시회(iREX)와 격년으로 번갈아 가며 개최되는 유럽 중심의 로봇 전시회이며 iREX보다는 훨씬 국제적이다.
본 전시회는 EU, 일본, 미국의 주요 기업과 벤처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출품하기 때문에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기에 손색이 없었다. 출품 제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AUTOMATICA의 홈페이지(http://automatica-munich.com) 디렉토리를 참고하기 바란다. 본 기고에서는 필자가 전시회를 보고 느낀 개인적인 감상을 중심으로 적어 볼까 한다.


로봇 시장의 판도에 의미 있는 변화가 일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산업용 로봇 팔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1970년대부터 로봇 팔을 중심으로 한 로봇산업이 본격화되었는데 이 산업은 이제까지 몇몇 선도적인 기업에 의해 독점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EU, 일본, 미국의 로봇 강호들이 소형부터 대형 로봇까지 독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로봇 본체는 물론 제어기, 응용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도 산업용 로봇 분야만큼은 기존의 로봇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이번 전시회를 통하여 필자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로봇 시장의 판도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이 늦어도 10년 안에는 무시 못 할 정도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 로봇 산업이 부품 산업화될 것이라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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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개방형 제어기의 예. 독일 Beckhoff Automation사의 EtherCAT 방식 로봇 제어기(左), B&R사의 제어기로 병렬 링크 로봇을 제어하는 데모(右)


하나의 로봇기업이 자체 브랜드의 본체, 제어기, 티칭 펜던트, 응용을 모두 소화하는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 외에도, 몇 가지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타 기업과 협업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전개될 것이다.
현재는 토털 솔루션이 성능과 가격 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모두들 믿고 있고, 사실 그렇기도 하다. 그러나 제조업 환경의 점진적인 변화와 고속 통신 기술의 융·복합으로 인하여 이러한 토털 솔루션 체제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향후 최대의 로봇 시장으로서 모듈화와 표준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 등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그림 2는 독일 Beckoff Automation사에서 EtherCAT 제어기를 이용하여 KUKA의 소형 수직 다관절 로봇을 제어하는 광경이다. KUKA사가 자체 로봇제어기로 아무런 불편 없이 수직다관절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데도, 이러한 타사의 고속통신 제어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물론, KUKA사가 향후 로봇 본체만 만들고 제어기를 아웃소싱하겠다고 이런 전시를 할 리는 없지만, 이만큼 로봇 시스템이 모듈화되고 있으며, 굳이 고속/고성능이 필수적인 응용이 아니라면 모듈화한 구성도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비슷한 전시가 KEBA사, Delta Tau사 등 개방형 제어기 회사를 중심으로 여럿 있었다. 로봇은 속도/정밀도를 만족시키기 위해 일반적으로 동적 제어를 해야 한다. 로봇 본체와 제어기를 독립적으로 모듈화한 상태에서는 회사 간에 많은 설계 파라미터를 공유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모듈화와 표준화는 비교적 쉽게 제어할 수 있거나, 속도/정밀도 등 기본 성능보다 어플리케이션이 더욱 중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비교적 제어가 쉬운 직교좌표 로봇에서 시작된 모듈화와 표준화는 SCARA, 병렬링크 로봇, 양팔 로봇으로 확대될 것이다. 모듈화와 표준화가 본격화되면 로봇산업에도 부품산업으로서의 특징이 강화될 것이다.
자사의 로봇 기술에 안주하며 시장을 독점하던 메이저 기업들도 경쟁력 있는 타사의 모듈들을 서서히 받아들이면서 시장은 개방화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규모가 영세한 로봇 회사들도 개발 역량을 집중할 수 있고 메이저들과 협업할 여지가 생길 것이다.
한편, 모듈화와 표준화는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만들고 제어하기에 유리하여 로봇 팔 이외에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특수 로봇, 서비스 로봇의 품질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누가 고양이(메이저 기업)의 목에 방울(이노베이션과 사업화)을 달 것인가가 현실적인 문제로 남는다.


- 로봇 산업의 다양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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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KUKA사의 가사 도우미 로봇


로봇기술과 산업은 로봇 팔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왔다. 기술/산업이 로봇 팔에 너무 편중되어 있고 이마저도 수직다관절 로봇을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다양성의 결핍에 시달려 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1개관을 할애하며 서비스 로봇의 가능성을 전시하려 노력했으나, 일본 iREX 전시회와 비교해도 그다지 볼만한 플랫폼이나 제품은 없었다. 그 대신에 현재의 로봇기술이 서비스 로봇의 상용화로 나아가지 못하는 기술 한계를 극복하려는 전시가 돋보였다. 지능화, 사람과의 인터랙션, 이에 따른 충돌 안전, 통신 연계, 티칭 시간의 저감 등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이 EU Robotics 연대의 맥락에서 소개되었다.
그리고 독일을 중심으로 수년간 진행된 중소기업형 로봇(SMERobotics) 프로젝트 전시를 통하여 인간과의 협업 기술,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을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아직 제품의 형태로 정리된 것은 KUKA사와 Schunk사 등에서 나온 플로토 타입 로봇 수준이며, 중소기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기까지는 5년 정도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감상이었다. 여러 회사에서 출품한 병렬 링크 로봇(그림 4), ABB사와 Epson 등에서 출품한 양팔 로봇(그림 5) 등은 로봇의 형태적 다양성을 높이는 시도가 될 것이다. Universal Robots의 6축 로봇은 협업 기능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산업용 로봇의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공세적인 비즈니스를 전개 중이다(그림 6).
로봇 제어기의 네트워크화와 개방화가 진행됨에 따라 센서 기반 제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EU에서 PC 기반 제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DENSO사는 사람과의 에어 하키 시연을 보여 주었다(그림 7). 고속 통신이 가능한 GigE 카메라를 이용하여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는 에어 하키의 퍽을 영상처리한 후, 영상처리 정보를 개방형 로봇 제어기인 RC8에 이더넷으로 넘겨주어 사람과 에어 하키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전에는 몇몇 회사에서 보여 주던 3차원 비전, 예를 들어, 비정렬 상태의 물체를 인식하고 픽업하는 비정렬 빈 피킹(Bin Picking) 시연(그림 7)도 일본 Fanuc, 독일 ISRA를 비롯하여 여러 부스에서 전시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로봇 비전과 달리 힘 센서나 기타 센서를 이용한 제어는 시연 수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지만 센서 기반 제어가 바야흐로 보급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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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병렬링크 로봇 기구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독일 회사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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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양팔 로봇. ABB사(左), Epson사(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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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덴마크 Universal Robots사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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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센서 기반 로봇. 고속 비전을 이용한 에어 하키 데모(左), 비정렬 부품 인식(右) 


AUTOMATICA 2014, 차세대 제조 생산혁신을 제시


이번 AUTOMATICA 2014는 로봇산업이 인더스트리 4.0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제조 생산 혁신을 달성하기 위한 진화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흥미로운 전시회였다. 전시 면적이 넓다고는 할 수 없었으나 수준 높은 제품 전시와 전문적인 설명, 바이어와 기술자 중심의 전시는 우리 로봇 협회도 국제 로봇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참고해야 할 점일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현대중공업의 핸들링 로봇(그림 8), (주)푸른기술의 토크 센서가 내장된 로봇 팔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다음 전시회에서는 한국 로봇을 좀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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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현대중공업 로봇 부스


* 필자 : (주)NT리서치 김경환 대표이사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독일 AUTOMATICA 2014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