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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공흡착식 산업용 로봇시스템을 선보인 (주)동현씨스텍

진공흡착식 산업용 로봇시스템을 선보인 (주)동현씨스텍
부산 앞바다에서

또 다른 블루오션을 열다

 

한 해 로봇 산업의 성과를 되짚어 보는 자리였던 ‘2009 대한민국 로봇대상’ 행사. 참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로봇 업체들이 수상자 명단에 그 이름을 올린 가운데, 몇몇 로봇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로봇 업체 하나가 그 영예를 함께 했다. 바로 로봇 산업에 뛰어들어 이제 막 첫해를 넘긴 (주)동현씨스텍이다.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여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주)동현씨스텍의 함연재 대표이사를 찾아, 기존과 차별화된 기술과 개발 뒷이야기 그리고 향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취재 박서경 기자(press2@engnews.co.kr)

 

 

 

 

우연한 기회로 발 딛게 된 로봇분야
2002년 말 설립되어 작년 초 로봇산업계에 출사표를 던진 (주)동현씨스텍(이하 동현씨스텍)은 본래  조선?해양?수산 기자재, 그중에서도 시험수조설비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였다. 기존 사업 영역과 상이한 분야인 로봇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배경에 대해 함연재 대표는 ‘우연한 기회’라는 말로 표현한다.


대기업 연구소에서 수조시험설비를 개발해왔던 함 대표는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2002년 (주)동현씨스텍을 설립하고 이 분야에서 위치를 확고히 해왔다. 하지만 수주산업인 시험수조설비 사업은 장기 수요 예측이 곤란하고 안정적 유지.성장이 불투명하여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모색해야 했고, 이에 한국해양대학교와의 협력 하에 파력발전장치 사업을 맡아 실제 해상 성능시험까지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발전 성능을 저하시키는 따개비가 장치 내부에 증식하자 이를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수소문하던 차에, 진공흡착식 로봇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새로운 사업 분야 진출을 꾀하던 함 대표는 로봇 분야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일본의 기술 개발자와 함께 한국 내에서의 상기 기술을 응용한 산업용 로봇 사업을 추진한 결과,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대한민국 로봇대상 파이낸셜 사장상’과 ‘부산벤처 기업인 상’ 수상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은 동현씨스텍의 로봇
로봇 사업에 뛰어든 후, 단기간에 다양한 로봇 시스템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함 대표는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 번째로 40여년에 걸쳐 진공흡착식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온 일본의 로봇전문가 우라까미(Urakami Fukashi) 씨의 영입이다. 당시 청소 로봇 동영상을 접하고 시장성을 높게 평가한 함 대표는 우라까미 씨와 기술계약과 함께 직원으로 채용하여 일본 내 영업 및 기술 개발 고문을 맡겼다.

 

함 대표는 “우리는 의지를 갖고 있었고, 그는 기술을 갖고 있었다”라고 밝히며, 우라까미 씨가 갖고 있는 기존의 기술에 최신 제어기술을 덧붙여 업그레이드하거나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작업 등에 초점을 맞춘 결과,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로봇 출시가 가능했음을 시사했다.

 

 다음으로 함 대표는 기존에 진행해왔던 사업에서 쌓은 노하우를 들었다. 그는 “기존의 사업 역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일이었다”라고 밝히며, “사용자들이 이런 장비와 기술을 통해 이런 사양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 그 사양에 맞도록 개발해주는 일을 해왔기 때문에, 어플리케이션 분야만 다를 뿐 관련된 요소 기술들에 대한 기술력과 경험은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적극적 R&D 투자를 들 수 있다. 실제로 동사는 매출액 대비 17%에 달하는 금액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저희 회사는 불이 꺼지지 않습니다”라는 함 대표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술 개발에 대한 전사적인 의지와 열정 역시 이러한 성과를 일궈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차별화 된 로봇을 만드는 차별화 된 기술
현재 동현씨스텍이 내놓은 로봇 시스템은 배관 보수용 로봇, 수중 청소용 로봇, 그라인딩 로봇, 초고압 워터젯 로봇, 블라스팅 로봇 등이다. 이미 국내외에서 같은 용도의 로봇이 출시된 바 있지만, ‘진공 흡착 방식’, ‘흡입 소제 방식’, ‘독립 이동 방식’ 등 차별화 된 독자적인 기술이 적용되어 그 성능과 활용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들과 다르다.


진공흡착방식은 에어 구동모터를 이용하여 휠-세트를 회전 구동시킴으로써 로봇 본체를 물체 표면에 밀착한 상태로 이동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방식은 작업하는 표면 재질이나 불규칙한 표면 상태와 관계없이 작업이 가능하다는 이점 이외에도 벽면, 천장, 바닥 면 등 어디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흡입소제방식은 제거된 이물질을 바로 흡입하여 호스를 통해 육상 탱크로 회수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기존에 작업 중 비산되던 이물질들은 바로 흡입되어 환경오염 방지와 작업장 환경 개선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사용된 블라스팅용 연소제는 회수하여 재활용 가능하다는 점과 고속 기류를 통해 작업면이 신속 건조 가능하다는 이점 또한 갖고 있다.


이동 방식에 있어서도 휠 구동 방식과 자벌레 방식, 진동 방식 등 독립된 세 가지 이동방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작업환경에 맞는 구동시스템을 선택 적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전체 원격 리모컨 조작, 3차원 형상 인식 이송 제어 등의 최신 제어기술을 접목하고자 관련 기술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수중에서 용사까지도 가능한 제품이 목표
함 대표는 앞서 열거한 진공흡착식 산업용 로봇시스템에 적용된 기술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수중 청소 & 용사용(코팅) 로봇시스템’의 출시를 목표로 연구 및 개발이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다.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이 로봇의 경우 대형 선박 및 해양 플랜트의 수면 하부에 붙은 따개비나 수중청소를 목적으로 한 로봇 시스템으로, 나아가 세계 최초로 수중 용사(Thermal Spray)까지도 가능하게끔 계획하고 있다.

 

가령 해상 구조물의 경우는 수중에 작업자가 잠수하여 보수 작업을 실시하거나, 선박의 경우에는 조선소의 드라이 도크(Dry Dock)에 올려놓는 작업을 거친 후에야 보수작업이 진행 가능하다. 반면, 동사가 개발 중인 흡착자주식 로봇 시스템의 경우는 해상에 선박이 정박한 상태(혹은 잠수부 없이도)에서도 원격조종으로 따개비 제거 및 연소재 블라스팅, 내식 합금 용사 등 일련의 과정이 가능하여 수중에서의 작업효율과 속도, 보수유지비용 측면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 또한 앞서 소개한 흡입소제 방식을 통해 해상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본 시스템의 장점이다.


한편, 시장 규모도 훨씬 크고, 제품 상용화와 기술 개발도 보다 수월한 육상 필드를 제쳐두고 우선적으로 수중용 청소로봇을 목표로 둔 이유를 묻자 함 대표는 “수중에서의 청소, 블라스팅, 용사가 가능하면 육상에서 어떠한 기술이라도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동사의 기술 개발이 단순히 하나의 제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응용 가능한 원천기술을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같은 기술, 동현씨스텍은 다르게 본다.
틈새시장 공략, 새로운 블루오션 창출만이 중소업체가 살아남는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함 대표는 “산업에 쓰이는 청소용 로봇 업체는 많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원리에 다른 기능을 구현한 수준인 반면, 우리는 기술 접근 방식부터 다르므로 상용화 개발이 완료되어 시장에 출시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어플리케이션 측면에서 확연히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사의 향후 전망을 밝게 예측했다.


한편, 블루오션 분야임에도 예상되는 시장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배관 청소용 로봇 바디만 1억 가까이 된다. 부대설비와 진공장치, 워터젯 유닛까지 더한다면 4억원 이상이 된다. 또한 이를 의뢰한 업체 측에서 예측한 수요는 전국 100여대 정도라고 한다.”라고 밝힌 함 대표는 나아가 1조원 이상 되는 해외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미국과 유럽 등에도 PCT특허가 나온 상태이다. 현재 일본과 동남아시아에는 이미 수출에 대한 계획이 논의 중에 있으며, 최근 조선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도 시장 형성 추이를 보고 진출할 계획이다.”라며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선전을 자신했다.

 

조선해양플랜트를 넘어 국방 분야까지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 함 대표는 “현재 개발 시운전 중인 ‘배관 청소?보수용 로봇’의 상용화와 세계 최초로 특허출원한 ‘수중 용사용 로봇’ 국산화” 라고 말한다. 나아가 “기존 사업 활동 영역이었던 조선해양플랜트 부분에서 좀 더 기술을 쌓아 구축함, 잠수함 등의 선체검사와 청소 및 군수물자 저장용 유류 탱크 청소 등의 국방 분야에까지 기술을 접목할 계획”이라고 로봇산업에서의 큰 포부를 내비쳤다. 동현씨스텍은 로봇산업에 뛰어든지 이제 1년을 갓 넘긴 기업이지만 직원 모두의 열의로 만들어낸 지금까지의 성과는 1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지금의 결과가 보여주듯 앞으로도 기술이 기반이 된 뚜렷한 목표와 추진력으로 부산 경남의 조선해양 로봇 기술을 이끌어나가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