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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

기술융합으로 태어난 로봇 다시 융합을 말하다

기술융합으로 태어난 로봇 다시 융합을 말하다

 

한국 로봇산업 10년. 누에고치처럼 웅크린 채 내실을 다져온 한국 로봇산업이 뽑아낸 명주실 같은 성과들은 사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로봇인들의 열정이 버무려진 결과라 할 수 있다. 2013년. 한국 로봇산업은 이제 그간의 성과로 시장을 창출해야 할 새로운 페이즈에 접어들었으며, 본격적인 로봇의 ‘대융합 시대’가 도래했다. 단정하게 서려낸 명주실을 이제는 씨실과 날실로 얼키설키 엮어내 ‘무엇인가’를 만들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본지가 로봇융합을 위해 목소리 높이고 있는 7인의 로봇인들을 만나보았다.

 

안녕하세요, 이번 좌담회의 사회를 맡게 된 로봇맨(R)이라고 합니다. 이 시간에는 새로운 로봇 성공의 키워드로 업계가 말하고 있는 로봇융합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데요, 이 자리에는 로봇융합을 위해 물심양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이번 좌담회를 위해 귀한 시간 내주신 패널 분들을 소개합니다. 우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계중읍 전문위원님, 국립농업과학원의 김상철 실장님,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문전일 본부장님, 광운대학교 박광현 교수님을 비롯해 KAIST 이두용 교수님, 부산대학교 이장명 교수님, KAIST 지은숙 교수님이 참석해주셨네요.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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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이미 수 년 전부터 로봇융합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는데요, 각 패널분들은 로봇융합에 대해 어떻게 정의내리고 계신가요?

이장명 로봇융합은 기술적인 집합체로서의 로봇에 필연적으로 존재해 왔던 부분으로서, 로봇 자체가 하나의 융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두용 네. 이미 로봇은 상당히 이질적인 핵심기술들이 한데 모여 융합을 이루고 있습니다.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산학 등 여러 학문 분야 및 학과에 로봇공학 전공자가 분포되어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겠지요. 요즘에는 로봇공학의 핵심기술들을 여러 분야에 응용해 보다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박광현 맞습니다. 로봇자체가 융합학문인데요, 조금 더 첨언하자면 최근에는 여기에 융합이라는 단어가 또 붙었어요. 언뜻 의아해보일 수 있지만, 그간 로봇은 기계, 전자, 전산 등 공학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융합학문으로 불려왔던 겁니다. 과거 제조용 로봇이 주를 이루던 때에는 이러한 개념이 로봇융합을 대변했죠. 최근에는 서비스 되는 분야들, 즉 교육이나 의료, 문화 등 로봇이 적용되는 범위가 넓어지면서 이 부분에 대한 내용도 필요해진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로봇공학자들이 교육 커리큘럼을 짜고, 의학을 공부하며, 문화 트렌드를 짚을 수는 없잖아요. 이러한 필요에 의해서 생긴 게 최근에 말하는 로봇융합이라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김상철 로봇융합이라는 것은 상당히 포괄적이에요. 기술적인 융합이 있을 수도 있지만 부처간의 제도나 법률, 정책이나 이런 것들의 융합이 있을 수도 있구요, 기술이나 제품, 산업간의 융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통합적으로 융합되어 다른 산업으로 적용이 되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어떤 것 더하기 어떤 거라든지, 어떤 기술 더하기 어떤 기술이라기보다는 정책, 산업, 기술 등의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융합이 이뤄지고, 이런 사회 전반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며, 인프라도 형성이 되어야 로봇기반의 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쉽고 빠르게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상당히 전략적이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계중읍 대부분의 시스템에서와 같이 로봇융합기술은 대분류 체계로 구분이 가능합니다. 로봇융합기술은 기계, 전자, 소재 및 소프트웨어기술 등의 융·복합기술로 정의될 수 있으며, 여기에 문화, 윤리 등의 사회과학적 콘텐츠를 반영하면 완성도가 커지고, 진정한 로봇융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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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로봇 자체로서의 융합, 그리고 로봇을 이용한 확장된 범위의 융합을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예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로봇융합은 어떤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요?

지은숙 저는 여기 계시는 분들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로봇을 접하게 되면서, 로봇의 기술적인 융합보다 로봇을 이용한 융합에 많은 의견들을 냈었는데요. 예전과 비교했을 때 로봇융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그간 융합에 있어 기술을 굉장히 중시해왔거든요. 과거는 기술로 설명하는 시대였어요. 기술의 유무가 중요한 시대였죠. 하지만 이제는 기술보다 콘텐츠로, 이미지로 로봇을 설명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요. 전공자가 생각하는 기술을 만든 후 사람의 맘을 열려는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사람의 니즈를 먼저 파악하고 필요한 기술을 찾은 후, 이를 구현해나가는 식이에요.
박광현 과거에는 로봇업계 사람들이 로봇을 들고 타 분야에 들어가서 적용을 해보려고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타 분야에 계신 분들이 오히려 로봇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들을 보여주고 계세요.
교육을 예로 들자면 출판교육에서 전자펜을 활용한 교육으로, 나아가 소비자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니 더욱 니즈를 충족시켜줄 아이템이 필요했고, 로봇이 적합했던 거죠. 아마 타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끼리도 경쟁이 치열해짐으로써 차별화 포인트를 찾다보니 로봇이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듯해요.

 

R. 현재 로봇융합의 주소는 어떤가요.
 예를 들면 당면 문제점이나, 긍정적인 부분, 혹은 발전 방향 같은 거요.

계중읍 현재 로봇기술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진정한 연구개발 결과물은 미약한 실정입니다. 기술개발이 진전되었다고는 하나 이 역시 기술수준(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이 낮은 기초연구 수준으로, 상용화에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시장에 대한 정확한 개발목표나 중장기 연구개발 전략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기간의 로봇기술 개발 투자가 원인일 수 있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 이스라엘 등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국방획득개혁(RMA) 프로그램으로 추진된 미래전투체계(FCS)는 미국 정부가 Top-down(하향식) 기획을 통해 국방로봇의 중장기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대표적인 로봇융합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로봇기본계획(5개년)에 국방사회안전분야에 대한 중장기 추진방향 및 추진전략을 반영하여 체계적인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전일 국내 로봇산업은 빠르게 성장한다고는 하지만 향후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력과 가치를 고려하면 아직도 성장률은 미미한 것이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자동차와 같이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야 하고, 패러다임의 변화와 융합을 해야 하는데 로봇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해요. 필요에 의한 로봇 수요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도 로봇에 대한 기대치는 높고, 로봇제품의 가격은 굉장히 높은 반면 꼭 필요해서 로봇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은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활발하지 못해요.
이장명 동감입니다. 융합이 여전히 조화롭게 되지 않기에 로봇 시장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고성능 및 저가 제품을 동시에 만족하는 로봇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이두용 네. 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로봇공학의 현장을 이끌고 있으니 앞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제품들이 개발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질적인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합니다. 방대한 로봇공학을 아우르기에는 하나의 학과 혹은 전공으로는 무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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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됐네요.
 이러한 부분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계중읍 우선 정부의 로드맵이 확고해야죠. 단기간의 연구개발 결과만 가지고는 시장에 활용도 되지 않고, 기술성숙도도 낮아 상용화하기에는 아직도 길이 멀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정부 주도의 Top-down식 기술로드맵을 5개년 단위의 기술조사를 근간으로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우고 실천해야 합니다. 국방 분야를 예로 들면 군의 목표장비에 대한 명확한 소요가 있으므로 이에 맞는 기술개발을 수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며, 수요자인 군과의 협의를 통해 시스템이나 체계에 대한 운용개념을 반영하는 기술개발이 필요하죠. 민간분야는 수요자의 니즈를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문전일 맞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특정 로봇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남이 하니까 한다는 것보다는 우선 3C(Customer, Competitor, Company) 분석을 통해 시장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전략을 만들어야죠.
Customer는 글로벌 트렌드와 시장분석을 의미하며, Competitor은 경쟁기업에 대한 분석을 뜻합니다. 또한 Company는 내부적으로 경쟁우위를 가져갈 충분한 차별성을 보유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에 통하면서도 경쟁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기술력과 아이템 확보가 가능한 실행전략을 수립해야 해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에 있으려면 핵심 지식재산권 없이는 아무리 시장을 선점했다 하더라도 곧 단명하거나 도태되고 말거든요.
더불어 현재 영유하고 있는 시장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미래의 시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만을 위한 기술, 부품, S/W가 아니라 자동화 부문, 로봇기술을 융합한 스마트자동차 부문 및 미래 로봇부문에 공통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장을 키우며 진출 전략을 준비해 나가야 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이 보편화될 수 있기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표준화 기반의 안전 규격 준수 요구는 기본이므로 개발과정부터 국제 표준과 규격을 검토하고 적용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장명 여기에 더해 진정한 융합을 목표로 한다면 인력 양성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로봇 전문 인력의 양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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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로봇자체로서의 융합에 대해 다양한 고견들을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로봇 외적인 융합과 관련해서는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요?

지은숙 모든 기술을 모아서 하나로 모야 뭔가를 만들어냈다고 해서 모든 게 융합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필요에 의해서는 해체해서, 필요한 것만을 취해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결과를 창조하는 것이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로봇은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거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야 상업화가 될 수 있어요.
박광현 이미 여러 패널분들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로봇 자체가 융합 학문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요. 반면 로봇 외적인 융합은 최근에야 인식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조금 소극적인 거 같아요. 사실 융합을 함에 있어서는 로봇인들이 아무리 타 업계 가서 떠들어봐야 ‘왜 남의 동네 와서 떠들지?’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그런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최근에는 타 로봇 분야에 있는 분들이 로봇이 필요해서 도입하려고 해요. 이게 올바른 길이죠.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라 소극적인 거 같아요.

R. 로봇을 검토한다면, 타 분야 전문가들 역시 로봇의 장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 아닌가요?
 왜 소극적인 걸까요?

박광현 제가 생각하기에는,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자기네 시스템에 로봇을 도입하고 싶다면 일반적으로 이 업체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게 맞잖아요. 그런데 지금 단계는 로봇을 도입하고는 싶지만 투자를 하기에는 좀 꺼려지고, 그래서 로봇업계에 “당신들이 하면 도와주겠다”라는 입장인 듯싶어요. 아직 로봇을 이용해 대박 난 사례가 없어서 그래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모험인거죠. 하지만 이제 이렇게 로봇을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이들과 협업을 통해 좋은 결실을 맺게 된다면 그 이후에는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을까 싶어요. 즉, 지금은 ‘스타’가 필요한데 아직 없는 거예요.

 

R. 로봇계의 스타를 만들려면 어떡해야 하죠?
지은숙 그 로봇만의 장기에 맞는 콘텐츠가 매력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A라는 로봇만 걷고, 싸우고, 춤을 췄다면 지금은 전국에 잘 걷고 춤 잘 추는 로봇들이 많아지고 있거든요. 이러다보니 콘텐츠의 유무가 중요해졌죠. 그것은 차별성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What’보다 ‘How’가 중요한 시대가 된 거 같아요.
박광현 그리고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플랫폼이 필요하거든요. 방송 분야의 경우 방송국에서 방송을 보내고, 일반 소비자들이 TV로 시청을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로봇 분야는 TV만 만들고 있는 형국이에요. 실제로는 방송서비스가 일어나야 되는데 말이에요.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해요. 민간이 할 수도 있고, 정부가 나설 수도 있는데 누가 하든 중요한 것은 분명 투자가 있어야 된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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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어느덧 1부 마지막 질문이네요. 로봇융합을 위해서는 이업종 간에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이업종 간 사업을 진행할 때 로봇기업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팁이 있을까요?

계중읍 원천기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겁니다. 확보된 기술이 어느 플랫폼에 적용 가능한지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토의하고, 협력해 간다면 기업의 발전은 물론 로봇 융합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김상철 관심이 없고 열정이 없으면 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을 활용할 의사가 있다면 자신이 강점을 가진 부분을 이용해 수익 모델이 확실한 분야에 진입을 하고, 전부가 아닌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과 비슷하게 가는 것은 블루오션이 아니라 치열한 곳으로 달려가는 겁니다. 스스로의 장점을 활용해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던지, 산업의 차별화를 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작정 뛰어든다면 실패하거나 도태될 확률이 높습니다. 로봇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장점을 특성화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R.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여러 패널 여러분들께서 중요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로봇 내적인 융합과 로봇 외적인 융합 등에 대해서 말이죠. 지금까지는 각자 로봇융합과 관련해 생각하는 바를 개괄적으로 들어봤는데요, 잠시 커피 타임을 즐기고 나신 후 2부 순서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는데요, 이번 좌담회에 참여해주신 패널 여러분들께서는 현재 한국로봇융합포럼 각 분과 위원장을 역임하고 계신데요. 이와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로봇융합에 대한 이야기를 2부에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기술융합으로 태어난 로봇 다시 융합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