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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봇 디자인에 투자하라! 상상 그 이상을 얻으리라!

로봇 디자인에 투자하라! 상상 그 이상을 얻으리라! 

DESIGNK2L, 기술뿐인 로봇에

감성로봇의 혼을 불어 넣는다

 

지난 200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8 CES Show」에서 이슈를 만들었던 한국 로봇이 있었다. 콘텐츠 및 솔루션을 탑재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선보였음에도 전시기간 내내 참관객이 부스를 가득 메워 뭔가 다르다는 점을 각인시켰던 이 로봇은 (주)로보웨어의 ‘E3’로, 지금도 미국 현지인들의 블로그에서 검색되기도 해 그 인기를 실감케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E3’가 디자인전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제작되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곧 ‘E3’의 남다름을 ‘디자인’에서 찾기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로봇 전문기업과 디자인 전문기업이 함께 만든 첫 성공사례를 기록한 디자인 전문기업 (주)디자인케이투엘을 찾아가 그간의 과정과 향후 사업방향을 들어보았다.

취재 정요희 기자(press1@engnews.co.kr)

 

 

 

 

「2008 CES Show」를 사로잡은 로봇 ‘E3’

 

매년 초에 열려 새해에 가장 먼저 IT 관련 신제품을 만나게 되는 「CES Show」의 2008년 신데렐라는 단연코 한국의 로봇 ‘E3’였다.

게임기와 교육, 통신기능을 융합한 차세대 가정용 로봇이라는 콘셉트로 소개된 이 로봇은 감성(Emotion), 오락(Entertainment), 교육(Education)의 이니셜을 따와 그 이름도 ‘E3’가 되었는데, 키 65cm, 무게 6kg으로 좁은 실내에서 기동성을 고려해 일반바퀴 대신 360° 기동이 가능한 옴니 휠을 3개 장착하여 질 높은 삶을 위한 ‘All in One Robot Platform Service’의 세상을 열겠다며 숨 가쁘게 움직였다.

그 기능으로도 무선랜을 통한 영상감시와 원격조정이 가능해 부모들이 집안의 어린 자녀를 확인하는데 유용하고, 스카이프, MSN의 화상채팅 사용자는 누구나 접속해 로봇을 조정할 수도 있으며, 전용 프로그램을 추가로 구매할 경우 영어회화, 술래잡기 등 교육과 게임용 로봇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에 로봇의 활용도 역시 높다는 평이다.

2008년을 시작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로봇 ‘E3’의 옷을 입힌 디자인케이투엘은 이후로 대표적인 로봇디자인 기업으로 올라서는 기회를 얻어 로봇관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연이은 수상소식… 이미 소문난 디자인꾼들, DESIGNK2L

 

21세기의 시작을 알린 2000년에 설립되어 2002년 법인으로 전환된 디자인케이투엘(DESIGNK2L)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200여 개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들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 크리에이티브를 탄탄하게 구축해왔다.

디자인 전문기업으로 10년도 채 되지 않은 젊은 기업인 동사는 첨단의 디지털제품부터 로우테크한 제품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발상과 디자인으로 주목받으며, 2005년부터 3년간 ‘Top 디자인 전문회사’로 연속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벤처디자인상과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레드닷에서도 수상하는 등 그 발군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업계에서는 이미 소문난 디자인꾼들의 집단인 디자인케이투엘의 첫 번째 로봇디자인이었던 만큼 E3의 성공은 어쩌면 예상되었던 일이었고, 오히려 동사를 택한 (주)로보웨어의 안목을 칭찬해야 할 듯하다.

“로봇이나 장비 등에 디자인이 가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아이템에 국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수행했던 경험이 큰 힘을 발휘했다.”며, “크리에이티브 운동가들이 모인 디자인케이투엘은 무엇보다도 디자인의 힘을 믿는다.”고 전하는 CEO 이수신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서 로봇디자인의 발전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졌다.

 

 

공학도와 유저의 시선을 맞춰라!

 

로봇산업은 현재 정부가 선정한 신성장동력산업으로 많은 관심과 지원 속에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기대만큼 시장이 열리는 속도가 늦어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초기부터 함께 한 로봇관계자들은 무엇이 로봇시장을 열 수 있느냐에 고민하고 있는데, 최근 ‘E3’를 통해 ‘디자인’이 그 해결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기존의 로봇들과는 달리 친근한 이미지로 큰 인기를 모았던 ‘E3’.

동사는 이 로봇의 인기비결을 ‘유저의 시선’에 맞춰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즉, 기존 로봇들이 공학도의 시선에 맞춰져 있어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디자인을 선호하는데 반해, E3의 경우 생활 속에서 얼마나 쓸모 있고 친숙하게 들어갈 수 있느냐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다.

“로봇에게는 분명 기능적인 측면도 있지만 감성이나 이미지적인 부분도 있다. 이는 사람의 본성과 같은 부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라는 CEO 이수신은 “LCD, LED를 통해 로봇의 웃는 또는 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면을 부각시켜 편안함을 줘야 한다.”고  전했다.

디자인 전문기업을 이끄는 CEO의 설명이었기 때문일까. 그의 말처럼 E3에서 편안함과 친숙함을 한꺼번에 느껴지는 공학도와 유저의 시선이 맞춰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을 즐겁게 하는 로봇이 최우선 디자인 요소

 

인터뷰 시간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는 ‘즐거움’이었다. 그만큼 동사가 중요시하는 요소이고, 이는 로봇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E3 로봇을 디자인하며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도 ‘어떻게 하면 E3를 통해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였다고 한다.

동사는 그 첫 번째 방안으로 ‘과거의 기억’을 이용했다. 사람들에게는 어떤 형태나 사물에 대한 경험치가 있어 그와 비슷한 형상에 친숙함을 느끼는데, 스타워즈의 인간형 사이보그 로봇 ‘C3PO’, 아이로봇의 로봇 ‘써니’와 비슷한 매끈한 유선형 얼굴을 ‘E3’에게 적용해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두 번째 방안으로는 ‘디자인을 통한 감성부여’를 이용했다. 감성이 부족한 로봇에게 이 같은 요소들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로봇개발자들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는 전제를 깔아놓는데, 동사 역시 “로봇을 사용하며 즐거워야 한다. 가구를 살 때도 내 느낌과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 하듯이 로봇도 마찬가지다.”라며 디자인으로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고민하며 적용하고 있다.

 

  

기술은 첨단으로, 디자인은 친숙하게

 

디자인 전문기업으로써 성공적으로 로봇디자인을 마무리한 디자인케이투엘은 로봇디자인에 있어 그 개념을 세울 때부터 전문디자이너와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학도가 미리 개념을 잡고 디자이너를 만날 경우에는 대부분 포맷 자체를 메커니즘 위주로 진행한 상태라 좋은 결과를 갖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이 경우 유저와의 거리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단순히 목적지향적인 결과물만 남는 게 대부분이다.

“로봇이 사람과 함께 생활한다면 절대적으로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CEO 이수신은 ‘기술은 첨단으로, 디자인은 친숙하게’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이는 E3의 디자인에 적용된 이동메커니즘을 살펴보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현장에 적용되는 서비스로봇 대부분이 얼굴과 두 팔을 가지고 바퀴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여 유저들을 만나고 있는데, 유저는 호기심에 몇 번 다가갈 수는 있어도 무엇인지 모를 낯선 모습에 흥미를 잃곤 한다.

동사는 그 이유를 사람의 형태와 같은 로봇의 몸통에 어색한 바퀴의 조합에서 찾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이동수단을 탄 로봇’이라는 콘셉트를 잡아 실현했다. 결국 지금의 로봇 E3는 바퀴가 달린 보트를 탄 로봇의 형태로 호기심을 친숙함으로 연결해 디자인의 힘을 다시 한 번 증명한 것이다. 이 같은 디자인 덕분에 보트 부분에 기술적인 장치들을 숨길 수 있어 더 많은 첨단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동소이한 가격과 기능… 그렇다면 승부는 ‘디자인’이다

 

이제 더 이상 로봇개발에 있어 디자인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될 듯하지만, 디자인 전문기업인 디자인케이투엘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로봇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많은 로봇기업들이 앞 다투어 로봇제품을 선보였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는 사실이 동사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나왔던 로봇들은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비슷한 역할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차이라고 해봤자 로봇의 크기나 디자인 정도다. 이처럼 누구나 알 수 있는 당연한 사실에서 반대로 ‘디자인이 다르면 성공할 수 있다’는 뜻밖의 진실을 찾을 수 있다.

지난 「CES Show」에서 E3 개발사인 (주)로보웨어는 행사 하루 다음날 전시부스를 꾸며서 참가했는데, 첫날 미국의 와위(Wowwee) 부스에 몰려들었던 인파가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 (주)로보웨어의 부스로 옮겨졌다고 한다. 와위의 로봇과 그들의 로봇의 차이는 단지 디자인뿐이었다니 디자인의 중요성이 또 한 번 증명되는 사례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같은 값에 같은 움직임에 같은 기능이면 더 예쁜 것을 사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동사의 말처럼 이제 로봇기업들은 ‘디자인’에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가 온 듯하다.

 

 

로봇 디자인에 투자하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사실 로봇기업들 역시 디자인의 중요성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주)로보웨어처럼 디자인 전문기업에 의뢰할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이유는 당연히 비용적인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국내 로봇업계에 조금이라도 발을 담그고 있는 이라면 로봇산업을 이끄는 대부분의 기업이 중소규모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은 기술력은 갖고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그나마도 정부의 지원을 통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그런 그들이 로봇개발하기에도 부족한 자금으로 디자인에 투자하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나마 디자인을 고려하고자 하는 기업은 학·연의 도움으로 디자인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디자인 전문기업이어야 한다’는 사실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동사는 “로봇개발 비용의 아주 미미한 부분을 디자인에 투자한다면 그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일 것”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Wit the World’… 세상에 던져줄 즐거움, ‘로봇’에서 찾다

 

이제 단 한 건의 로봇 디자인을 성사시킨 디자인케이투엘. 하지만 로봇 디자인에 투자하지 않는 국내기업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결과이기에 너무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들이 E3를 디자인하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정성, 정보들을 활용해 또 다른 로봇을 디자인하고자 하는 욕심을 내비쳤다. 디자인 업계에서 워낙 명성이 자자한 이들이라 로봇 외에도 할 일이 쌓인 이들이지만 로봇이 차세대 산업임을 감지한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로봇 전문기업과 디자인 전문기업의 협력으로 성공적인 사례를 기록한 디자인케이투엘로 인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디자인에 무게를 둔 로봇을 개발할 것임이 틀림없다.

‘Wit the World!’

세상에 즐거움을 던지겠다는 동사의 그 마음이 로봇을 통해 더욱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