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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소식

일본 국제로봇전(iREX 2013)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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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년으로 개최되는 일본 최대 규모의 로봇 전시회 ‘iREX 2013(국제로봇전, International Robot Exhibition)’이 지난 11월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도쿄 빅 사이트(Tokyo Big Sight)에서 개최됐다. 제조용 로봇 강국 일본에서 펼쳐진 이번 전시회는 전 세계의 로봇산업을 이끌고 있는 로봇메이커들이 다양한 신제품·신기술로 참관객들을 맞이해 iREX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었다. 본 전시회를 제어·로봇·시스템학회 이영진 이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도쿄 빅 사이트 전시장에서 개최된 iREX 2013은 관람하기가 다소 불편할 정도로 많은 인파들로 붐볐으며, 전시자 및 참관객 모두 능동적이고 활기에 가득 찼다. 동관을 모두 채운 다양한 분야의 로봇과 부품,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기술들이 전시되었으며, 그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세계 제일의 제조용 로봇 강국을 구축한 일본의 대형 로봇 제조사들이었다.


KAWASAKI는 자사의 대표적인 제조용 로봇으로 자동차 차체 용접라인과 도장라인을 선보이며 그 위용을 뽐냈다. 특히 중공형 모터가 아닌 기구적으로 케이블을 로봇에 내장시킨 BX시리즈가 새로움을 넘어 세련된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가반하중을 제법 차지하던 기존의 용접건도 이번 전시회에서 산뜻하게 경량화된 모습으로 참관객들을 맞이했다. 특히 2종의 델타로봇을 라인업한 병렬로봇과 듀얼 암 로봇의 초기버전으로 예상되는 경량형 수직다관절로봇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FANUC은 공작기계 분야에서의 시장 장악력을 십분 발휘하여 2대의 수직다관절로봇으로 서너 대의 공작기계를 고속으로 핸들링하는 실용적인 응용라인을 소개했다. 특히 겹쳐져있는 3차원 대상물을 실시간으로 인식하여 작업하는 빔픽킹 기술 시연의 경우, 폐쇄된 환경이 아닌 오픈된 일반 환경에서의 안정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특히 세계 최대를 의미하는 가반하중 1,350㎏의 고하중 수직다관절로봇은 보는 이로 하여금 크기와 규모면에서 주눅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의 6축 고속 델타로봇의 시리즈와 이를 기반으로 한 응용기술들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Nachi는 수직다관절로봇의 전형적인 응용공정인 용접로봇 시리즈를 소개하는 한편, 1대의 공작기계에 1대의 수직다관절로봇을 탑재하고 작업물을 핸들링하는 데모를 시연해 공작기계 시장에서 로봇의 파급을 촉진하기 위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었다. 아울러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가반하중 14㎏급 듀얼 암 로봇을 소개했으며, 다른 메이커와 마찬가지로 스테레오 비전과 빔피킹을 통한 3차원 대상물 핸들링 기술을 기본으로 제시했다.


YASKAWA의 경우, 기존의 수직다관절로봇 시리즈에 대한 소개와 함께 제조용 로봇 브랜드 중 세계 최초로 중공형 액추에이터 기술을 도입하여 로봇 내부에 케이블을 내장시킨 Motoman 시리즈 및 이를 이용한 듀얼 암 로봇을 소개하며 양팔로봇 선도업체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특히 동사는 메디컬 로봇분야 진입을 위해 기존의 듀얼 암 로봇을 업그레이드한 모바일 듀얼 암 로봇 시제품을 소개했다. 이 로봇은 가반하중이 상당히 작아졌으나 최대 축의 용량이 80W 이하로 줄어 모바일 로봇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대응 기술을 보여주었다.


DENSO는 그들의 대표 로봇인 직교 및 스카라 로봇 제품과 더불어 특히 다양한 중소형 수직다관절로봇 시리즈를 선보였다. 주로 전자나 반도체 분야와 같이 소형·경량물을 대상으로 한 시연과 함께 특히 제어기에 있어서 다축 동기제어가 가능한 장점들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한편 일본 토종 메이저 업체들과 함께 세계 제조용 로봇메이커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스웨덴의 ABB와 독일의 KUKA도 그 명성과 기술에 걸맞은 제품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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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그룹으로 살펴본 듀얼 암 로봇의 전개 양상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눈에 띈 로봇 아이템으로는 듀얼 암 로봇을 꼽을 수 있다.
듀얼 암 로봇의 경우 대략 10여 개 이상의 업체가 이번 전시회에서 (시)제품을 공개했으며 이를 나름대로 구분하자면 크게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술적으로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그룹으로, KUKA의 R800/820 시리즈와 ABB의 Concept Robot이 있다. KUKA의 경우 DLR에서 이미 우주용으로 개발하여 적용한 Justin이 있는데, 이 로봇은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마니아와 팔로우를 확보한 우리 시대의 걸작 중의 하나이며, 세계 최고의 기술로 후발주자들의 기술적 가치를 무력화하고 있다. 다만 일반 제조업에서 적용하기에는 아직까지 가격의 문턱이 높아 보인다.


ABB 듀얼 암 로봇은 인간협업 개념으로 출발하여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채택된 안전기능, 직접교시, 협업기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예를 들어 안전기능을 더욱 높이기 위해 로봇 바디 표면을 소프트한 플라스틱 재질로 구현한 점이나 축마다 고가의 축토크센서를 적용하지 않고 구동 드라이브의 기본 구성인 전류센서의 신호만으로 안전기능을 갖춘 점은 이론적 연구가 실용화 기술로 넘어오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다만 또 하나의 큰 흐름으로 부각되고 있는 개별 축의 모듈화, 스마트화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은 상대적으로 되어있지 않아 현재보다 큰 가반하중이 요구되는 로봇의 시리즈화 시, 새로운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음으로 주목할 그룹은 안전관절, 직접교시 등 소위 인간협업 기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상업화에 성공하여 제조현장에 이미 적용되거나 또는 될 수 있는 그룹이다. 이 그룹에는 YASKAWA의 Motoman과 후발주자인 KAWASAKI의 MCR을 꼽을 수가 있다. 제조용 듀얼 암 로봇의 효시가 YASKAWA이지만 현재 두 로봇의 구조와 성능, 그리고 메이커의 특성까지 거의 유사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해당 시장에서 선두주자와 후발주자의 경합이 조심스럽게 예측되며, KAWASAKI가 병렬로봇을 포함한 듀얼 암 로봇에서도 기술적 추격까지 더해져 두 회사의 경쟁이 앞으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겠다.


다음 그룹은 시장진입을 위해 가격 경쟁력으로 접근하고 있는 그룹으로, Rethink Robotics의 Bexter, KAWADA의 Nextage, 그리고 UR의 UR5/10이다. Bexter는 등장부터 국내 연구기관 또는 관계자에게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만큼 인상적이었다. 왜냐하면 14축 구동이 가능한 로봇이 22,00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소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계적인 스프링과 포스센서에 의한 안전기능 및 직접교시 기능이 초저가 로봇으로도 인간협업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해당 기술 개발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한적인 가반하중과 작업범위를 가졌지만 역시 가격 경쟁력으로 2011년부터 판매를 해오고 있는 KAWADA의 듀얼 암 로봇인 Nextage는 차세대를 연상케 하는 칼라와 디자인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UR사의 듀얼 암 로봇은 제품의 성능이나 기술에 있어서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가격과 함께 고려했을 때 현 시점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고 있다. 이 로봇은 전 세계 200여 개의 대리점을 통해 연간 1,000여 대가 판매되고 있으며, 메이저 업체가 아닌 중소기업에서 로봇 비즈니스를 만든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물론 듀얼 암 로봇 형태로 판매되는 것보다 싱글 암 형태로 판매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안전기능, 직접교시, 협업기능 뿐 아니라 비전문가도 핸들링이 용이한 직관적인 티칭펜던트 기능,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마지막 그룹은 후발주자의 역주로, 새롭게 듀얼 암 로봇을 소개하고 있는 EPSON,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Nachi, 그리고 아직 듀얼 암은 아니지만 경량화된 암으로 인간협업을 위한 인터렉티브 시연을 훌륭하게 해낸 도요타 등이 있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제품을 런칭한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인지도나 규모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로봇기업들을 위협하고도 남을 만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듀얼 암 로봇은 이미 성숙단계를 넘어가고 있는 수직다관절로봇의 대표 메이커들이 모두 출시할 만큼 수직다관절로봇 다음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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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델타로봇 시장, 로봇메이커들의 경쟁 가열


ABB의 특허기간 만료는 고속 델타로봇 개발을 위한 100미터 달리기 시합의 출발신호였다. 스타트와 동시에 많은 업체들이 그들의 역량을 발휘했으며 현재는 매우 가열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듀얼 암 로봇에 이어 이번 전시회에서 경쟁이 치열했던 로봇 아이템은 바로 고속 델타로봇이었다.


다만 의아한 점은 군소업체들의 제품이 대거 출시될 것이라는 애초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메이저 로봇업체들에 의해 이 시장이 교통정리가 되는 모습이었고, 중견 또는 중소업체들은 메이저 업체들의 틈새를 공략하기 위한 다소 처절한 노력들이 엿보였다.


고속 델타로봇의 태동을 가져온 ABB의 IRB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6축 델타로봇의 신기원을 이룬 FANUC의 M시리즈는 전시 규모 및 시연 면에서 ABB와 Adept의 명성을 뛰어넘고자 하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 줄만큼 크고 구체적이었다.


듀얼 암 로봇에서의 경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형상을 보여주는 YASKAWA와 KAWASAKI의 고속 델타로봇 시리즈는 비슷한 형상과 성능처럼 로봇의 이름도 Y로 시작하는 시리즈로 향후 두 회사의 한판 승부가 기대된다.


병렬로봇의 신성인 YAMAHA의 YD시리즈와 MURATEC의 MPS시리즈는 아직은 낯설지만 무난한 성능의 로봇으로 참관객들을 맞이했다. 여기에 ABB의 모델에서 Inner Arm을 3개가 아닌 6개로 분리하여 개별 제어를 통해 3개의 위치와 3개의 자세를 구현하는 시제품을 시연한 Panasonic과 z축의 작업범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Inner Arm측 구동을 기존의 회전방식에서 볼스크류를 이용한 직선방식으로 구현한 대만의 HIWIN은 후발주자로서의 노력이 돋보였으나 새로운 모델 제시에 비해 구체적인 응용사례와 제품의 완성도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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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X 2013 전시회에서 고속 델타로봇들은 다양한 시연으로 참관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성장하는 로봇 부품소재시장이 일본 로봇기술 발전의 밑거름


제조용 로봇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제품을 자랑하는 일본의 저력에는 완성품 업체의 기술력과 규모만큼 부품공급업체들의 성장도 한 몫을 했다. 기술과 제품의 Fast Follower인 한국이 가장 아쉽고 부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한 부품소재시장에서 이번 전시회에도 어김없이 THK, Nabtesco, Harmonic Driver, Shimpo, Nicon, Tamagawa와 같은 대형 토종 업체들은 물론, IGUS, KEBA 등 해외 업체들의 지속적인 제품 출시와 성능 향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완성품 업체와의 협력 내지는 협력업체와 새로운 분야로의 접근은 미래에 대한 메이저 부품업체들의 고민과 준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특히 EtherCAT 기반 로봇제어기의 신성 OMRON과 고속 델타로봇의 뉴페이스 YAMAHA와의 협력이나 감속기의 세계적인 제조사인 Nabtesco에서 비록 2종이기는 하나 스마트 액추에이터 제품에 대한 협력 및 공동전시는 이러한 부분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봇메이커와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으로 경쟁력 제고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할 만한 것 중의 하나는 중소형 업체 부스에서 메이커 로봇을 많이 목격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즉, 여러 부스에서 DENSO, YASKAWA, UR 로봇 등을 활용한 응용사례를 다양하게 볼 수 있었으며, 이처럼 여러 중소업체가 동일한 메이커의 로봇으로 전시 및 홍보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조금은 찾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는 로봇의 보급과 확산이 비단 메이저 업체의 분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Customer와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중소업체의 역량과 역할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회에서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끌게 만든 것은 새로운 형태의 로봇 즉, 스카라 로봇이면서 직교 로봇이고, 회전축 기반의 수직다관절로봇이면서 특정축이 직선축인 로봇, 그리고 직교 로봇이면서 또 다른 형태의 기구학을 가진 로봇들의 데모였다. 이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 및 연구자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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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EX 2013 전시회에서는 특이기구학으로 새로운 형태를 가진 로봇들도 주목을 끌었다.

 

 

iREX, 로봇의 다양한 기술적 노하우를 살피다


겉으로 보이는 로봇의 내면에는 많은 기술들과 노하우가 숨어 있다. 예를 들면 고가의 포스토크센서나 축토크센서가 아닌 저가의 센서와 알고리즘으로 구현한 로봇 암의 안전기능, 경량형 수직다관절을 구현하기 위해 가볍고 저가로 구현할 수 있는 브레이크와 엔코더에 숨은 기술들, 6축 병렬로봇의 케이스 안쪽에 감추어져 있는 3축 회전 동력전달 메커니즘 등이다. 이러한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에서, 그리고 다양한 기술적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는 iREX는 우리에게 커다란 가치이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번 iREX 2013은 전시에 참가한 기업 및 직원들의 열정과 참관객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에너지만으로 다음 전시회를 기다리게 하는 매력적인 전시회로 인식된다.
우리나라도 정부, 연구소, 대학, 기업들이 서로 협력함으로써 First Mover로서의 로봇 제품 및 기술을 전 세계에 당당히 선보이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일본 국제로봇전(iREX 2013) 참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