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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로봇디자인연구소 “심미성과 쓰임새를 아우르다”

국내에서는 선도적으로 로봇을 ‘디자인’한 한국산업기술대학교 홍성수 박사가 최근 제조용 로봇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로봇에 외형적인 심미성을 높여주는 기능뿐만 아니라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에 가장 적합한 로봇 상품을 ‘맞춰주는’ 로봇디자이너 홍성수 박사를 찾아 그의 디자인 철학을 들어봤다.

취재 정대상 기자(press2@engnews.co.kr)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로봇디자인연구소 홍성수 교수

 

Q. 귀하에 대한 소개.

A.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공학을 전공하고, 이후 한양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 석·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디자인학부에서 디자인공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Q. 국내에서는 선도적으로 ‘로봇디자인’이라는 분야를 개척했다. 로봇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처음 로봇디자인을 시작한 것은 박사과정 때였다. 사실 1990년대에만 해도 디자인은 ‘이미지를 그려내는 작업’으로 인식됐었고, 실제로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었기 때문에 디자인 업계에서는 메커니즘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에서는 이미 디자인을 하기 전에 공학 교육을 선행적으로 진행하고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공학, 기계 메커니즘에 관심이 많았기에 석·박사 시절 설계, 역학, 로보틱스 등 공학 관련 수업을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시 로봇을 연구하던 한양대학교 이병주 교수님과의 프로젝트로 처음 로봇디자인을 경험하게 됐다. 이후 2004년 현재의 학교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로봇디자인을 시작하게 됐다.

 

Q. 디자인과 공학을 아우르게 된 이유는.

A. 제품 디자인의 영역은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구현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디자인이 제품화가 되느냐, 이미지로 남느냐는 이 디자인을 구현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이미지를 디자인하는 것인 반면, 로봇은 움직임을 실현하는 디자인이다. 이게 로봇디자이너가 해야 되는 역할이다. 그래서 직접 엔지니어 속에 들어가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것들을 보는지 이해하기 위해 공학을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알아야만 로봇디자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주)코어벨의 지능형 박물관 안내 로봇디자인

 

Q. 제품디자인과 로봇디자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제품 디자인은 정지상태의 형상물을 대상으로 디자인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제품이 움직이는 경우는 달성해야할 기능이 있기에 동작과 기능이 함께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풍기가 돌아가고, 자동문이 열리는 것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고 여기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봇처럼 동적 움직임을 하는 형상물을 대상으로 한 동작은, 기능 달성 이외의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로봇은 손을 흔드는 각도와 속도에 따라 사용자에게 여러 가지 정보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로봇을 디자인할 때 디자이너들이 어려워했던 부분이 바로 로봇의 동적 메커니즘과 간섭이다. 로봇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대상물로, 움직이는 중에도 내부 부품들의 간섭이 발생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부분은 기계 메커니즘만큼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다.

 

Q. 최근에 제조용 로봇디자인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가 있나.

A.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지능형 서비스 로봇 디자인을 시작으로 로봇디자인 분야를 시작했다. 처음 시작하던 2004년 당시에는 국내 로봇디자인 분야가 불모지였지만, 현재는 서비스 로봇을 디자인하는 기업들이 일부 활약을 하고 있다. 이에 이제는 그들이 하지 않았던 제조용 로봇디자인이라는 영역을 개척해 로봇디자인의 저변을 확대하고 싶다. 그렇다면 기존의 서비스 로봇디자인 영역에 머물렀던 다른 로봇디자이너들이 보다 쉽게 제조용 로봇디자인 분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뉴로메카의 협동로봇 Indy 디자인

 

그간 로봇은 펜스가 쳐진 제조현장 내 자동화 시스템의 한 툴로서 활약해 왔다. 다시 말해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로봇만 작업을 하는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로봇이 생활에 들어오고, 최근 협동로봇이 세계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면서 제조현장에서도 사람과 로봇이 함께하는 시대가 됐다. 즉 로봇이 인간 사용자와 친밀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래의 엔지니어들은 로봇의 자체적인 메커니즘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으나, 로봇이 사람과 함께 공간을 공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로봇은 새로운 디자인 가치가 필요하다.

 

Q. 새로운 로봇 디자인 가치에 대해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하자면.

A. 디자인에는 크게 보기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주는 심미성과 사용자가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쓰임새(사용성)를 확보하는 두 가지 역할이 있다. 특히 물건을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쓰임새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로봇이 철조망 속에서 혼자 작업할 때는 고려되지 않았던 이 쓰임새가 이제는 로봇의 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로봇과 사람이 하나의 공간에서 작업을 할 때 서로 어떠한 위치에 있어야 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되며, 작업 시 발생될 수 있는 요인을 로봇과 사람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 앞으로는 로봇 자체의 기능적 측면보다 사람과의 관계성을 고려한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라디오는 어떠한 가전업체라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편한 라디오는 디자인 역량이 있는 가전업체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과 같다. 4차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현 상황에서는 로봇도 이와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주)KNR시스템의 모듈암 로봇디자인

 

Q. 로봇디자인 분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A. 제품의 설계, 즉 부품의 구조 설계 및 레이아웃 구축은 기계공학과, 그리고 이를 감싸는 외형은 디자인과의 영역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이 두 가지가 통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과거에는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솔리드 타입의 툴과 디자이너들이 사용하는 서피스 타입의 툴이 호환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가 랜더링한 작업물이 엔지니어의 화면에서는 손상되는 등의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툴들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디자이너가 솔리드 툴에 접근하기가 용이해졌다. 우리 연구소만 해도 모두 솔리드 타입의 툴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봇디자인을 의뢰하는 기업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

앞으로는 툴들이 더욱 발전될 것이고, 이러한 툴의 발전은 향후 디자인과 설계 분야의 통합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미 기업에서도 디자인 능력을 보유한 설계 인력을 원하는 상황으로, 우리 연구소는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 ‘엔지니어들을 위한 디자인 교육 과정’도 기획하고 있다.

 

Q. 로봇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로봇엔지니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우리나라의 로봇 제품들을 살펴보면 해외 제품과 비교해도 수준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제는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모방·개량하는 수준을 넘어 창조성을 가져야 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이미 선진국 제품들을 보고, 만드는 방식으로는 그들의 기술력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기존에는 없었던 구조와 기능을 창조해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Q. 앞으로 로봇디자인과 관련해 어떠한 계획들을 가지고 있나.

A.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고, LED도 반짝거리는 등 HRI 디자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서 그 성과를 표준화해 중소기업들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또한, 로봇디자인에 관심 있는 학생이나 연구원들이 로봇디자인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접 개발했던 로봇디자인 결과물이 포함된 로봇디자인 도서를 준비하고 있는 중인데, 빠른 시간 내에 완성하고 싶다.

 

로봇디자인연구소 www.robotdesign.org

※ 출처 : EngNews (산업포탈 여기에) - 로봇디자인연구소 “심미성과 쓰임새를 아우르다”